2023년도 블로그 결산

daewoo kim
4 min readDec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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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

2023년 6월 5일.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했던 형님이 돌아가셨다. 심근경색. 형님은 그렇게 가신다는 이야기도 남기지 못하시고 갑작스럽게 우리의 곁을 떠났다.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 주말, 갑자기 형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 일을 얼른 마치고 연락해야지 마음만 먹고 결국 하지 못했다. 형님과 마지막 통화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나는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직도 형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형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홀로 비통함에 잠길 때가 많다. 오랜시간이 지나도 이러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가역적 상황과 불가역적 상황에 직면한다. 형님과 헤어짐은 불가역적이다.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 얼마 전 형님과 통화했던 음성 기록이 휴대폰에서 사라진 걸 알고선 왜 백업을 하지 않했을까 심하게 자책했던 적이 있었다. (다행이 일년 전 백업본들이 PC에 저장되어 있어서 사라진 건 수는 많지 않았다.)

내 앞으로 생애에 어떠한 가역적 상황과 어떠한 불가역적 상황은 남아 있을까? 불가역적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내가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있지 않을까? 작년 스트레스로 인해 체중이 많이 늘었는데 올 가을부터 아침 첫 전철을 타고 회사 gym으로 먼저 출근하여 예전 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 나에게도 닥칠지 모를 불가역적인 상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차가운 겨울 공기로 차가워진 몸을 운동으로 달구고 찬물 샤워를 한 후 회사 일을 하는 것이 어느새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무시하고 지나쳤던 잔병들을 병원 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되돌리고 있다. 최소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는 것들을 막고 싶다.

관심사

올해 다행인 점은 내 나름대로 AI 도메인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였으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점 정의부터 솔루션까지 찾았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사실들을 좀더 깊게 이해하게 되자 파편화되어 “점”들로 내 머리 속을 맴돌았던 사실들이 어느 순간 “선”으로 연결되어 내 눈 앞에 보이는 순간을 경험하였다. 초창기 안드로이드를 공부하였을 때 이미 경험했고 AI 도메인에서는 처음 경험하는 값진 순간이었다. 내년도에는 내가 생각한 문제정의와 솔루션들이 실제로 맞는지 개인적으로 side project를 통해 검증해볼 생각이다. 실패해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역적 상황이지 않은가? 내 아이디어들이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Generative AI발 AI 반도체 열풍으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다. (“AI semiconductor”라는 용어를 구글 검색해보면 “AI semiconductor”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마치 MZ 세대처럼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용어인 것 같다. 적당한 용어를 찾지 못해 사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HW 회사의 시각으로 Generative AI를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우리 회사가 AI 산업 내에서 단순 supplier 역할을 벗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선 그동안의 성공으로 인해 굳어진 관성들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내년엔 이와 같은 관성을 깨는데 노력할 생각이다.

블로그

개인사로 인해 올해 블로그를 업데이트하는 횟수가 많이 줄어 들었다. 그리고 AI 도메인의 문제 정의와 솔루션을 도출하는데 집중하면서 하반기에 블로그 업데이트가 더 줄게 되었다. 내년도 블로그 운영 계획은 다음과 같다.

  • 그동안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최대한 내가 분석한 사실들과 내 생각들을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다.
  • 최소 격주에 한번씩은 블로그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한 주에 한번씩 업데이트하니 블로그 포스트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써놓고 올리지 못한 포스트도 여러 개가 있었다.) 좀더 양질의 글을 쓰는데 집중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2023년도는 가장 큰 시련의 한 해였다. 다음 세상이 있다면 형님을 다시 보고 싶다. 그리고 형님을 만날 때까지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떻게든 다 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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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ewoo kim

AI developer & Author | Working@semiconductor-industry. I write and share about what I lea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