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I/O 2025 후기: 구글 글래스의 화려한부활
올해 Google I/O 2025를 시청한 소감은 “The Empire Strikes Back”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구글은 ChatGPT발 생성형 AI 경쟁에서 OpenAI에 다소 밀리며 방향을 잡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번 Google I/O 2025를 통해 구글은 화려한 부활을 세상에 알렸다.
Google I/O 2025에서 구글은 자체 AI 모델, 플랫폼, 디바이스라는 세 가지 축을 완성하여 “언제 어디서나 Gemini”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자체 AI 인프라를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Gemini를 안드로이드, 워크스페이스, XR 글래스 등 다양한 구글 생태계에 통합하는 전략이다.
Google I/O 2025의 4가지 핵심 내용
구글의 목표는 범용 AI 에이전트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고, 이번 발표는 그 청사진을 구체적인 제품, 인프라, 사용자 경험(UX)으로 명확히 보여준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필자가 주목한 4가지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Gemini 경쟁력 강화
- 독자적인 AI 인프라 구축
- 모든 Google 플랫폼에 Gemini 연동
- On-Device AI의 미래: 구글 글래스
Gemini 경쟁력 강화
- Gemini 2.5 Pro와 Gemini 2.5 Flash는 OpenAI o3를 제치고 WebDev Arena, LMArena 등 공개 벤치마크에서 1, 2위를 기록하였다.
- Gemini 2.5 Pro는 고난도 수학과 코딩 작업을 위한 실험적 고급 추론 모드인 “Deep Think”를 지원한다.
- 1M 토큰 규모의 컨텍스트 윈도우를 통해 긴 텍스트와 영상 이해력 면에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
독자적인 AI 인프라 구축
- 추론용으로 설계된 7세대 TPU(Ironwood)는 이전 세대보다 10배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며, 포드(pod)당 42.5 ExaFLOPS(FP8 기준)의 연산 능력을 지원한다.
- 구글은 2025년 4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배 증가한 480조 개 이상의 토큰을 처리하고 있다.
- 지난 1년간 토큰 처리량이 50배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모델부터 플랫폼, 하드웨어(HW)에 이르는 풀스택(Full-stack) AI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하여 급증하는 토큰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 이는 AI 인프라를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구글의 가장 큰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
모든 Google 플랫폼에 Gemini 연동
- 구글은 Gemini를 검색, 안드로이드, 크롬, 워크스페이스, XR, 자동차 등 자사의 광범위한 플랫폼에 통합했다.
- 구글은 Gemini를 단순히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모든 자사 제품에 자연스럽게 통합하여 사용자가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앰비언트 AI(Ambient AI)’를 추구하고 있다.
- 특히 구글은 핵심 수익원인 검색 서비스에 Gemini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AI 기반 검색인 AI 모드에서 Gemini가 복잡한 검색 쿼리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On-Device AI의 미래: 구글 글래스
- 구글 글래스는 2012년 Google I/O에서 처음 시연되었으나 상용화에 실패한 뒤 사라진 디바이스였다.
- 하지만 이번 Google I/O 2025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XR과 Gemini를 통합한 새로운 헤드셋과 함께 구글 글래스를 다시 선보였다.
-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은 증강 현실(AR) 글래스 및 가상 현실(VR) 헤드셋을 위한 OS로, Gemini를 안드로이드 XR 디바이스에 통합함으로써 AI 기술과 확장 현실(XR) 경험을 결합한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Gemini는 안드로이드 XR과 결합하여 사용자가 현재 보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소비, 업무 처리, 실제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작업을 핸즈프리(hands-free)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필자가 뽑은 Google I/O 2025의 Highlight: 구글 글래스의 가능성
필자가 Google I/O 2025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구글 글래스였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이후,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개인용 디바이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최근 애플의 XR 기기인 비전 프로는 비싼 가격과 완성도, 부실한 앱 생태계로 인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글래스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진정한 Context-aware 기기로서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초기 구글 글래스의 실패 요인
- 최초의 Google Glass는 소비자용 스마트 안경 시장을 개척하려 했으나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 높은 가격($1,500)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에게 접근성이 낮았고,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로 공공장소에서 착용이 제한되었다.
- 기술적으로도 배터리 수명, 과열, 불안정한 소프트웨어 등 미성숙한 하드웨어 문제와 불편한 인터페이스로 사용자 경험이 저조했다.
- 명확한 활용 목적이나 킬러 앱이 부족해 소비자에게 필수성을 설득하지 못했으며, 투박한 디자인은 사회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 이 모든 요인으로 인해 구글은 2015년 소비자용 제품을 중단했다.
생성형 AI 시대에 구글 글래스의 부활 요인
2023년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생산 종료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구글의 스마트안경 프로젝트는, 2025년 Google I/O에서 마침내 차세대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구글이 이번에 다시 글래스에 도전장을 내민 배경에는 몇 가지 변화된 환경 요인이 있다.
-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 멀티모달 AI 모델은 시각과 음성을 결합해 사용자의 시각 정보를 이해하고, 컨텍스트에 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글래스는 인간처럼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게 만들며, 생성형 AI 시대의 context-aware computing을 구현할 핵심 기술이다.
- 웨어러블 컴퓨팅과 XR 생태계의 성숙: AR·XR 기기에 대한 대중의 수용성이 높아지고, 관련 기술도 발전했다. Meta Quest, Microsoft HoloLens, Apple Vision Pro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했다.
- 디자인 혁신 및 파트너: 초기 구글 글래스의 단점이었던 투박한 디자인은 혁신적인 안경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 젠틀몬스터, 워비파커 등과 협력해 일반 안경처럼 자연스러운 형태의 제품을 개발 중이며, 향후 케링 그룹 등 명품 브랜드와도 협력할 계획이다.
새로운 개인용 기기로써의 구글 글래스의 성공 가능성
구글의 Gemini는 자연어 이해, 인간과 유사한 응답 생성, 멀티모달 정보(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처리 등에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이는 경직된 명령을 넘어 더 유동적인 대화로, 보다 직관적이고 대화형이며 상황 인식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초기 스마트 안경은 투박한 인터페이스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생성형 AI는 핸즈프리, 상시 사용 가능한 스마트 안경에 필수적인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공한다.
스마트 안경은 상시 켜져 있는 1인칭 시점을 제공하여 앰비언트 컴퓨팅에 이상적인 폼팩터이며, 생성형 AI는 앰비언트 컴퓨팅을 진정으로 유용하고 개인화되도록 만드는 “지능”을 제공한다. 다음은 필자가 생각하는 구글 글래스가 새로운 개인용 기기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 앰비언트 컴퓨팅의 최적 폼팩터: 스마트 안경은 상시 켜져 있는 1인칭 시점을 제공하여 ‘앰비언트 컴퓨팅’에 이상적인 폼팩터이며, 생성형 AI는 이를 진정으로 유용하고 개인화되도록 만드는 지능이다. 구글의 Project Astra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상황을 이해하고, 정보를 기억하고, 핸즈프리를 제공하는 등 이를 잘 보여준다.(Project Astra는 사용자의 환경을 보고 이해하며, 본 것을 기억하고, 실시간으로 지능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구글의 범용 AI 비서이다.)
- Gemini와 구글 글래스 센서 간 시너지 효과: 초기 구글 글래스가 하드웨어 중심의 제품이었다면, 현재의 구글 글래스는 Gemini가 견인하는 제품이다. 즉, “이 하드웨어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이 AI가 나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글래스에 대한 접근 방식이 전환된 것이다. Gemini는 고도의 인지 엔진과 같다. 기존 글래스는 정보를 단순히 표시할 수 있었지만, 상황을 이해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글래스의 각종 센서들과 Gemini 같은 멀티모달 모델이 결합함으로써 사용자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구글 글래스는 크게 세 가지 활용 사례를 제공한다:
- 인간의 기억을 보조하는 “AI Recall”
- 핸즈프리 상태에서 작업을 위임하거나 도우미 역할을 하는 “AI Assistant”
- 개인 맞춤 학습을 지원하는 “AI Tutor”
AI 리콜 (Recall): 기억 보조
개인용 디지털 기억력 역할을 함으로써,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속적인 라이프로깅 & 상황별 검색
- 구글 글래스는 카메라와 마이크로 사용자의 하루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Gemini의 멀티모달 이해 및 장기 기억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 예를 들어 “지난 화요일에 갔던 식당 이름이 뭐였지?”처럼 자연어로 과거 경험을 손쉽게 찾아준다. 이러한 라이프로깅 기능은 기억 회상 능력을 높이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거나 완료한 작업을 추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실시간 대화 — 정보 기억 증강
- 구글 글래스는 단순한 녹음을 넘어 인지 보조용 “AR Agent”로 활용될 수 있다.
- 회의나 일상 대화 중에는 구글 글래스의 Gemini가 음성을 실시간으로 전사·요약하고, 관련 문서나 시각 정보를 글래스 디스플레이에 띄워 줄 수 있다. 또한 회의나 대화가 끝난 후 요약본을 생성할 수 있다.
- Gemini의 긴 컨텍스트 및 요약 기능은 전사된 오디오에서 주요 결정 사항과 실행 항목을 식별해 지원할 수 있다.
개인 데이터 분석을 통한 통찰·알림
- 구글 글래스가 기록한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아침 시간에 업무 효율이 높네요.” 혹은 “최근 친구에게 연락하지 않았어요.”와 같은 개인화된 통찰 및 알림을 제공한다.
- Project Astra의 개인화 추론 및 멀티모달 메모리 기술이 이러한 기능을 뒷받침하며, 기억 시스템을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에서 지능적이고 능동적인 파트너로 탈바꿈시킨다.
AI 비서 (Assistant)
구글 글래스는 기존 스마트폰의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을 한 단계 진화시켜 더 직관적이고 상시 대기하는 비서가 되어준다.
작업 위임 및 정보 접근
- 사용자는 음성 명령을 통해 구글 글래스의 Gemini에게 메시지 전송, 약속 예약, 스마트 홈 장치 제어, 웹 정보 검색 등의 작업을 지시할 수 있다.
- Gemini의 이해력과 여러 서비스를 핸즈프리로 처리하는 능력 덕분에 더욱 강력해진 핵심 ‘비서’ 기능이다.
실시간 번역을 통한 의사소통 지원
- Gemini는 실시간 언어 번역을 제공하여 사용자의 시야에 자막을 표시하거나 오디오 번역을 제공할 수 있다.
- 이는 언어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강력하고 실용적인 애플리케이션이다.
위치, 시간, 활동 기반 상황별 지원
- Gemini는 구글 글래스에 센싱된 정보와 자체 이해력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현재 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 예: 내비게이션 오버레이, 랜드마크 정보, 상점에서 제품을 볼 때 제품 리뷰, 캘린더/위치 기반 능동적 제안 등
AI 튜터 (Tutor)
학생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면 눈앞의 정보를 토대로 AI가 개인 교사처럼 해설과 피드백을 제공한다.
대화형 및 적응형 학습 콘텐츠
- AR은 3D 모델이나 시뮬레이션(예: 화학 분자)을 오버레이할 수 있다. 이는 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개인화된 지원으로 나아간다.
- Gemini는 구글 글래스를 통해 시각적 또는 청각적 정보를 제공하며, 사용자 참여도와 이해도에 따라 설명을 조정할 수 있다. 학생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면 더 고급 콘텐츠를 제공하고, 어려움을 겪으면 추가 연습을 제공할 수 있다.
- AI 튜터는 시간 경과에 따른 학생의 성과를 추적하고 약점을 파악하여 개인화된 학습 계획을 제안할 수 있다.
실시간 Q&A
- 학생들은 구글 글래스의 Gemini에게 자연스럽게 질문할 수 있으며, Gemini는 즉각적이고 단계별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 학생이 복잡한 다이어그램이나 텍스트를 보고 있다면, 구글 글래스는 설명을 오버레이하거나 콘텐츠를 단순화할 수 있다.
평생 학습의 동반자
- 학생의 발전과 관심사에 따라 구글 글래스의 Gemini는 새로운 주제, 자료 또는 탐구할 기술을 제안하여 지속적인 학습을 촉진할 수 있다.
- 일반인들 또한 평생 학습을 위한 조력자로 구글 글래스의 Gemini가 활용될 수 있다.
마무리
이제 AI 경쟁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경쟁을 넘어, 누가 더 완벽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사용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경험을 제공하는가의 싸움으로 전환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Google I/O 2025는 구글이 AI 경쟁의 판도를 바꾸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행사였다.구글은 이제 그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인 거대한 생태계와 인프라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Gemini”라는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구글 글래스의 부활’은 구글의 이러한 비전의 상징적인 예이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구글 글래스는 사용자의 기억, 업무, 학습을 실시간으로 돕는 ‘Context-aware AI Assistant’로서, 스마트폰을 넘어선 차세대 개인용 기기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